엔진 룸에 볼트, 너트 떨어뜨렸을 때 당황하지 않기 위한 픽업 공구

자동차 후드를 열어 놓고 엔진 룸에서 정비를 하다가 볼트/너트를 떨어뜨리면 이 순간 머리가 쭈뼛 서고 등줄기가 서늘해지는 경험을 한두 번은 다들 해 보셨을 터.

떨어진 볼트/너트가 아예 바닥으로 떨어져 나오면 그나마 최상의 시나리오인데 바닥으로 떨어지는 경우보다는 엔진 룸 어딘가에 처박히는 경우가 훨씬 많다. 이런 경우에도 운이 좋아 떨어진 볼트/너트가 눈에 띄면 집어내면 된다. 그런데 눈이 띄는 경우보다는 아예 어디에 처박혀 있는지 전혀 보이지 않을 때가 더 많다. 

떨어진 볼트/너트가 눈에 띄었을 때 손을 뻗어도 길이가 닿지 않거나 또는 손가락이 들어갈 수 없는 좁은 공간에 처박혀 있을 때 필요한 공구가 바로 픽업(pick up) 툴이다.

원리는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자석을 이용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집게발 형태의 발로 집어낼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 있다. 

내가 갖고 있는 픽업 툴 3가지를 소개한다. 뭘 이런 걸 3개씩이나 갖고 있어 하겠지만 상황마다 벌어지는 양상이 다르기 때문에 다양한 종류를 갖고 있으면 상황 대처가 잘 되고 해결도 훨씬 빨리할 수 있다.

▶ 첫 번째. 자바라 형식의 자석 픽업 툴

자바라(플렉시블) 형식이라 자유롭게 구부릴 수 있어서 원하는 위치까지 요리조리 모양을 변형해 가면서 쓸 수 있다. 맨 끝 탐침에 붙어 있는 자석으로 물건을 집어 올리며 자석의 힘도 비교적 강한 편이다. 전장은 약 55 cm 정도이다. 이 툴은 또한 볼트/너트가 눈에 보이지 않을 때 예상되는 공간에 집어넣고 휘저으면 진짜 운수대통할 경우 볼트/너트가 자석에 붙어서 나오는 희귀한 경험을 할 수도 있다(그러나 거의 일어나지 않음).

 

▶ 두 번째. 볼펜처럼 생긴 텔레스코픽 방식의 픽업 툴

평상시 접은 상태에서는 볼펜 정도의 길이이며 필요시 잡아 뽑으면 길이를 최장 약 60 cm 정도까지 늘릴 수 있다. 역시 맨 끝 탐침에 붙어 있는 자석의 힘으로 물건을 집어 올릴 수 있다. 자석 사이즈가 다양한데 내가 갖고 있는 것은 자성이 비교적 약한 편이다. 자성이 약한 것을 선택한 이유는 자석이 커질수록 탐침의 자석 크기 역시 비례해서 커지는데 아주 좁은 공간에도 들어갈 수 있는 크기를 원했기에 자성이 약한 녀석으로 구입했었다. 이 픽업 툴의 강점은 접은 상태에서 보관과 휴대성이 극대화된다.

 

▶ 세 번째. 집게발 형식의 픽업 툴

볼트/너트가 모두 자석에 붙지 않는다. 스테인레스 재질의 볼트/너트를 떨어뜨리면 자석 픽업 툴로 건질 수 없다. 또한 떨어뜨리는 물건은 철(쇠) 재질뿐만 아니라 다양한 종류의 물건(부품, 부속)을 엔진 룸에 떨어뜨리는데 이럴 땐 자석이 아닌 집게발로 집어 올려야 되는 경우도 있다. 플렉시블 타입이고 전장은 약 60 cm 가량이다.

 

가격 역시 아주 저렴하다. 타입마다 다르지만 개당 1천 원 ~ 3천 원이면 살 수 있다. 오래간만에 큰맘 먹고 자동차 정비를 하겠다고 엔진 룸에서 뭔가 시작했는데 그만 볼트 또는 너트를 떨어뜨리면 순간 멘붕이 오고 경우에 따라서는 탈거한 부품을 다시 원래 자리에 장착해야 하는데 볼트/너트를 분실해서 장착도 못하고 난감한 경우가 생길 수 있다. 

미리미리 이런 사소한 공구를 준비해 놓으면 그나마 볼트/너트 분실 시에 어느 대비가 가능하다. 그러나 경험상 3번 중 1번 정도는 분실한 볼트/너트를 못 찾는 것 같다. 그리고 설령 찾을 경우에도 손쉽게 찾기보다는 온갖 노력 끝에 찾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낮이라도 엔진 룸에 자그마한 볼트/너트가 어딘가 처박혀 있으면 육안으로 찾아내기 힘들다. 초점을 한곳에 모을 수 있는 플래시를 동원해야 한다. 못 찾을 때에는 뭐 다른 방법 없다. 작업 중단하고 재빨리 가장 가까운 부품대리점 또는 볼트판매점에 갔다 와야 한다.

그리고 경험상 볼트/너트가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싶으면 일단 당황하지 말고(근데 졸라 당황스럽다), 해당 볼트/너트 바로 인접 부위를 집중 공략해라. 엔진 룸 내의 각종 부품, 배선 등으로 가려져서 안 보일 뿐 의외로 가장 가까운 부위에 숨어 있는 경우가 많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