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지 R - 연료 필터 교체 DIY (부제: 시동 불능으로 식겁하다)

2020. 11. 17. 09:55DIY/스포티지R-그랜드카니발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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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디젤 엔진이다 !!

낵아 이 코로나 바이러스가 판치는 이 시기에 말이야 어 이런 작업을 해야겠냐고? 해야지, 더욱더 할 일이 없어 심심하니까. ㅋㅋㅋ.

디젤 엔진 연료 필터의 중요성은 가솔린 엔진보다 훨씬 높다는 것은 많이 알려진 야그. 디젤 엔진의 연료 필터를 소홀히 했다가 인젝터 막히고 어쩌고 저쩌고 하면 큰돈 깨짐.

스알 취급설명서에 보면 매 3만 Km 마다 점검하라고 나와 있다. 따로 교체 주기는 없고 3만 Km마다 점검 후 필요시 교체하라는 의미겠지. 근데 필터란 게 내부를 볼 수 없으니 따로 점검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그냥 3만 Km 또는 4만 Km마다(적어도 5만 Km 이내) 필터 카트리지를 교체할 수밖에 없다.

필터 어셈블리를 통으로 교체하는 경우도 많으나 굳이 필터 카트리지가 따로 공급되는 마당에 카트리지보다 3배 가까이 더 비싼 어셈블리로 교체할 이유는 딱히 없다. 정비소에서는 귀찮으니까 어셈블리 교체를 은근 권장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흔히들 첫 번째는 필터 카트리지만 교체하고 두 번째는 어셈블리로 교체하고 뭐 그러는 경우가 많은가 보더군.

난이도는 중 정도로 예상했으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거. 연료 필터가 엔진 룸 내에 운전석 격벽 근처에 숨어 있어서 이것저것 탈거해야 접근 가능해서 그렇지 교체 자체는 그리 어려운 작업은 아니다.

1. 배터리 탈거

2. ECU 탈거 (여기까지 탈거해야 연료 필터 작업을 위한 공간 확보가 됨)

3. 연료 필터에 연결된 연료 In/Out 퀵 커넥터 분리

4. 커넥터 3개 분리 (써모 스위치, 히터, 수분감지센서 커넥터)

5. 연료 필터 브라켓 고정 너트 3개를 풀고 연료 필터 어셈블리 탈거

6. 수분감지센서 분리

7. 연료 필터 장착 너트를 풀어서 필터 어셈블리를 브라켓에서 분리

8. 오일 필터 렌치를 사용하여 필터 카트리지 분리

9. 신품 카트리지 장착 (이때 O링에 경유를 살짝 발라서 윤활을 해 준 후에 카트리지 체결할 것)

10. 나머지는 분해의 역순으로 조립

이 작업을 하기 위해서 범용 공구 이 외에 오일 필터 렌치가 있어야 필터 카트리지를 분리할 수 있다. 천하장사라면 모를까 웬만한 사람 손아귀 힘으로 절대 분리 못한다. 바이스 플라이어와 파이프 렌치 큰 게 있으면 그럭저럭 작업이 가능하지만 힘들 수 있다. 오일 필터 렌치 만원 이하에 살 수 있으니 작업하려면 사시라.

 

31922-4H000 이 확인된 품번이나 조회해보니 이 부품은 단종되었고 변경된 품번은 31922-4H001 이다.

갖고 있던 79mm 컵 형태의 오일 필터 렌치가 맞는지 알 수 없어서 벨트 방식의 필터 렌치도 함 사 봤다. 나중에 필터 실물의 직경을 재보니 74mm더군.

아래 사진은 혹시 몰라서 구입한 벨트 방식의 필터 렌치. 택포 8천 원대로 구입한 건데 뭐 쓸만하구먼. 올리브, 파스타 소스 등 유리병에 담긴 뚜껑 딸 때 잘 안 열리는 경험을 다들 해 보셨겠지라. 그런 거 딸 때도 유용하게 쓸 수 있을 것 같다. 벨트가 흰색이라 그렇지 꼭 타이어 겉면을 잘라서 만든 것처럼 아주 딱딱하고 단단한 플라스틱 재질이다.

작업 중 조심할 점은, 연료 튜브 In/Out 퀵 커넥터 분리하면 경유가 조금 흘러나온다. 밑에 걸레 받쳐서 흐르는 경유를 받아 낸다. 필터 탈거 후에 In/Out 노즐 부위를 아래 방향으로 향하면 역시 경유가 쏟아져 나오니 조심한다.

또한 수분센서를 분리하면 역시 필터 내부에 고여있던 경유가 콸콸 쏟아져 나오니까 필터를 수평으로 눕힌 상태에서 분리하고 내부에 차 있던 연료는 빈 통에 쏟아부으면 된다. 이것만 조심하면 그리 지저분하지 않게 작업할 수 있다.

*빈 페트병 절반을 잘라서 윗부분을 버리고 아래 부분에 경유를 담으면 좋다. 그리고 받아낸 경유 속에 이물질이 있는지 육안으로 확인해 본다. 이물질이 많다는 것은 필터 수명이 다했거나 또는 최근 주유한 경유가 그리 좋지 않은 것일 수도 있다. 이럴 경우에 해당 주유소는 가능하면 피하는 게 좋다.

교체 작업 완료 후에 시동을 걸면 한 번에 절대 안 걸린다. 필터 내부에 에어가 차 있어서 경유가 필터 카트리지 내부에 꽉 찰 때까지 시간이 좀 필요하기 때문이다. 너튜브에 보면 신품 필터 카트리지의 연료 In 노즐에 미리 경유를 꽉 채워 넣어서(소스통 같이 주둥이가 뾰족하게 있는 놈을 이용해서) 시동 지연 현상을 줄이는 방법도 있다. 전용 스캐너가 있으면 스캐너로 에어 빼기를 해 줄 수도 있다. 물론 나야 스캐너가 있지만.

교체 완료 후에 시동 키를 On --> Off 과정을 5회 이상 반복한다. 키를 On 한 상태에서 한 10여 초 기다린 후에 Off 하기를 수 차례 반복하면 연료탱크 내부에 있는 저압 연료 펌프가 작동하면서 연료가 라인을 타고 와서 필터 카트리지 내부에 연료가 가득 차게 된다. 이 과정만 하면 에어 빼기는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니 한 두 번 시동을 걸었는데 시동 안 걸린다고 쫄지 말 것.

배터리 탈거

 

ECU 탈거

 

구품 필터는 2011년 출고 당시 그대로다. 주행거리는 7만킬로 대이지만 9년 만에 교체한 셈이다.

 

구품 필터에서 받아 낸 경유다. 다행히 이물질이 있지는 않았다.

 

바뜨.... 사달이 시작되었으니...

우선 스마트폰에 깔린 스캐너 어플이 안 된다. 갑자기 로그인이 안되네? 사실 스캐너 기능에 에어빼기 기능이 있는지도 확인해 보지 않았다. 어쨌듯 스캐너 사용이 안 되므로 시동 키 On --> Off를 한 10번 정도 반복한듯 싶다. 크랭킹을 해 본다. 푸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득. 안 걸린다. 두번째 크랭킹도 푸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득. 다시 시동 키 On --> Off 를 몇 차례 후 크랭킹. 푸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득. 다시 푸드드드드득 부앙~~ 시동이 걸리더니 이내 꺼진다. 슬슬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몇 번 더 크랭킹을 해도 안되고 점차 배터리가 맛탱이 가능지 어느 순간부터는 아예 스타터 모터도 안 돈다. 푸득 거리고 그만 크랭킹이 멈춘다. 이거 배터리 상태가 별로였나 보다. 그리곤 크랭킹 하면 전형적인 배터리 방전 시 나타나는 스타터 모터는 안 돌고 따따따따 소리와 함께 계기판만 깜빡깜빡거리면서 시동 불능 상태가 되었다.

우짜지? 다행히 내 차에 점프 케이블이 있다. K9과 점프 케이블 연결해서 크랭킹? 어헛? 점프 방식을 직접 해 보기는 진짜 언제인지 기억도 안 난다. 이래도 스포티지의 스타터 모터가 제대로 안 돈다. 어랏? 이거 크랭킹을 많이 한 나머지 알터네이터가 또는 스타터 모터가 맛탱이 갔나? 불안감은 더욱 증폭되었다.

필터 교체 작업이 잘못되었나 싶어서 여러 차례 확인해도 작업엔 아무 문제가 없다. 그리고 점프 케이블 방식으로도 왜 스타터 모터가 힘차게 안 돌지? 퍼뜩 유튜브에 본 동영상이 생각났다. 스타터 모터를 긴 대드라이버 같은 도구로 몇 차례 때려주면 스타터 모터 일시 불능 상태를 회복할 수 있다는 영상이었다. 어헛? 이렇게 하니 스타터 모터가 돌긴 도는데 역시 힘차지는 못하다.

점프 케이블 연결이 잘 못 되었나? 보험사 긴급출동을 불러야 하나? 매뉴얼도 읽어 보고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은 다 했지만 시동 불능. 한 참을 고민. 다시 한번 스타터 모터를 몇 차례 때려주고 크랭킹. 어허허헛. 웬일인지 이번엔 스타터 모터가 힘차게 돈다. 두 번째 크랭킹 푸드드드드드드드드드득 부앙~~~~~~~~. 얏호.

살았다. 크랭킹 여러 번에 이리 쉽게 배터리가 방전되다니 미처 생각지도 못했다. 에어 빼기가 이리 어려울 줄 몰랐다.

나중에 검색해 보니 다이 하다가 에어 빼기 제대로 안 해서 방전된 후기가 여러 개 보이더군. 더욱 놀라운 것은 경유 자체가 고압연료펌프의 윤활 작용까지 한다는 걸 알았다. 경유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는 상황에서 크랭킹을 무리하게 시도하다가 고압연료펌프 내부가 마모되고 아예 고장 나기도 하고 이때 발생한 쇳가루가 인젝터를 막으면 수리비 엄청 나온단다. 고압연료펌프 부품 가격만 스알이는 70만 원대다. 이번 작업은 다른 다이 때보다 쉽겠거니 생각하고 충분히 공부하지 않고 덤볐는데 큰일 생길 뻔했다.

그리고 일부 차종은 시동키를 On 해도 저압 연료펌프가 아예 작동하지 않는 케이스도 있단다. 크랭킹 신호가 발생해야 저압연료펌프가 작동하기 때문에 키 온/오프 반복으로는 허당이라는거. 헐...

스캐너 없는 상황에서 에어 빼기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첫 번째는 필터 내부에 연료를 가득 채워서 장착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엔진룸 퓨즈 박스에서 저압연료펌프 릴레이를 빼내고 전선으로 릴레이 2개 접점을 점프시켜서 강제로 펌프를 구동시켜 에어 빼기를 해주는 거다. 유튜브 찾으면 다 나온다.

작업 후 뒤늦게 유튜브 찾아서 보고 블로그, 카페 후기도 많이 찾아보고 그랬더니 걱정거리가 한가득 생겼다. 이튿날 걱정 어린 마음으로 다시 시동 걸어보니 다행히 일발 시동에 이상이 없음을 확인하니 안심이 되었다.

다이 하면서 많은 난관을 겪어 봤지만 시동이 안 걸리는 사달은 처음이라 몹시 당황한 그런 다이였다. 사전 열공을 더욱 가열차게 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나저나 스캐너는 갑자기 왜 로그인이 안 되냐? 이것만 탈 없었으면 이런 일 겪지 않았을 텐데 말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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