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 엔진 댐퍼 풀리 푸는 방법

2020. 12. 14. 11:06DIY/스포티지R-그랜드카니발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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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기차의 R 엔진 댐퍼 풀리 수명이 그리 길지 못하여 대략 10만여 km 전후로 댐퍼 풀리가 고장 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 문제 때문에 댐퍼 풀리 개선품이 나왔으므로 괜히 고집부리지 말고 시간 날 때 개선품 댐퍼 풀리로 교체해 주는 것이 경제적으로 이득이다. 고속으로 달리는 도중에 댐퍼 풀리(쇠+고무+쇠)가 갈라지고 가운데 고무가 분리되면서 풀리가 이탈하면 엔진 왕창 말아먹는다.

개선품 댐퍼 풀리 품번: 23124-2F602 (67,430원) ← 무슨 댐퍼 풀리 부품 가격이 이리 비싸냐? 가솔린 차종의 경우 더 K9 조차도 2만 원대인데 이거 폭리 아녀?

어설픈 장비와 실력으로 괜히 도전하지 말고 정비소 가는 것이 가장 좋다. 그럼에도 난 꼭 DIY로 교체해 볼 테야 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댐퍼 풀리 푸는 방법을 설명하겠노라.

일단 합당한 공구를 갖고 있어야 한다. 전동 임팩 렌치는 반드시 있어야 한다. 수공구는 거의 불가능하다. 전동 임팩 렌치도 가능하면 하이토크 모델이 바람직하다. 개인이 중기 임팩을 갖고 있을 리는 없을 테니 말이다. 가장 좋은 모델은 밀워키의 하이토크 임팩 렌치이고, 두 번째가 디월트의 하이토크 모델이다. 같은 하이토크라고 해도 밀워키(패스닝 토크 1,356 Nm)가 디월트 모델(950 Nm)보다 거의 400 Nm 정도 더 강력한 힘을 갖고 있다. 제품 스펙의 토크 값으로로 보면 R 엔진 댐퍼 풀리 토크는 쉽게 풀어야 하지만 이건 이론이고 실제는 항상 이론과 다른 경우가 허다하다.

(내가 갖고 있는 밀워키 컴팩트 임팩 렌치의 패스닝 토크가 300 Nm이다. 이걸로 안 될 공산이 다분하다. 적어도 500 Nm 정도의 힘을 내는 미드토크 임팩 정도는 갖추고 도전함이 바람직하다.)

임팩용 복스알 (사이즈 22 mm) 역시 구비해야 한다. 미국에서는 댐퍼 풀리 전용 소켓으로 이른바 몬스터 소켓이라고 판매한다. 소켓 자체의 중량을 엄청 두껍게 해서 일반 임팩용 복스알보다 훨씬 두껍고 무겁다. 따라서 회전 토크가 더 강하게 발생하기 때문에 댐퍼 풀리 풀 때 유용하다. 근데 직구를 하면 배송비 포함 5만 원이 넘는다는 게 함정.)


1차 시도 방법

임팩 렌치로 풀어 본다. 한방에 안 풀린다고 좌절하지 말자. 안 풀리면 회전 방향을 정방향으로 놓고 2 ~ 3초 조였다가 다시 역방향으로 2 ~ 3초 풀어 본다. 이 과정을 몇 회 반복해 보자. 볼트를 풀어야 하는데 왜 정방향으로 조이냐고 반문할 수 있다. 볼트가 오랜 기간 동안 수분, 먼지, 녹 등으로 고착되어 있기 때문에 정방향과 역방향을 번갈아 가면서 볼트에 충격을 가하면 고착이 풀릴 수 있다. 만일 이렇게 몇 차례 시도했는데 볼트가 꼼짝도 안 한다면 바로 2차 방법으로 전환하자.

2차 시도 방법

고정 볼트에 적당한 두께감이 있는 고무판을 덧대고 중량급 망치로 볼트 부위를 몇 차례 가격하고 (고착 풀림을 기대하면서) 임팩 렌치로 풀어 본다. 망치로 가격하면서 볼트 머리가 짖이겨 지면 곤란하니 타격할 때 적당한 힘으로 요령 것 한다. 이것도 안 되면 3차로 가자.

3차 시도 방법

고정 볼트 주위를 가스 토치로 가열한다. 부탄가스 토치면 된다. 토치로 30여 초 정도 쇠를 뜨겁게 달구고 (온도가 올라가면 부피가 팽창하는 원리) 그리고 임팩 렌치로 풀어 본다. 단, 이 방법은 쇠를 달구기 때문에 댐퍼 풀리 안쪽에 자리 잡은 리데나(리테이너)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으므로 이 방법을 사용할 경우 반드시 리데나 교체까지 작업을 해줘야 한다. 30여 초 정도로 안 되면 1분 정도 가열하고 풀어 본다. 이렇게도 안 되면 작업에 사용한 임팩 렌치의 토크가 약하기 때문에 못 푸는 것이므로 과감히 방향 전환을 이 시점에서 해야 한다.

4차 시도 방법 (끝판왕)

이른바 Starter Bump 방법이다. 길이가 충분한 대형 복스대에 소켓을 끼우고 이것을 댐퍼 풀리 볼트에 꼽고 복스대를 로워암이나 기타 단단한 부위에 잘 기대어 놓고 움직이지 않게 케이블 타이로 묶는다.

이후 엔진룸 퓨즈 박스를 열고 "연료펌프" 퓨즈를 찾아서 이 퓨즈를 제거한다.

이제 아주 잠깐 동안(1 ~ 2초) 크랭킹(엔진 시동)을 걸어서 (이때 시동이 걸리면 안 되기 때문에 미리 연료펌프 퓨즈를 제거해 놓은 이유다) 엔진 크랭크축이 잠깐 회전하면서 고정 볼트가 풀리게 된다. 엔진 크랭크축은 시계방향으로 회전하므로 복스대 역시 시계방향으로 같이 돌아가기 때문에 방향을 잘 생각해서 로워암 등에 잘 고여 놓아야 한다. 그리고 크랭킹 하는 순간에 댐퍼 풀리 주변에 사람이 없는 상태에서 하도록 한다. 자칫 고여둔 복스알이 순간 튕겨 나갈 수도 있다.

이 방법은 그야말로 최후의 수단이고 위험성이 높은 방법이므로 하기 전에 렉카차에 실려갈 가능성까지 염두하고 시전 한다.

크랭킹을 잠깐 동안만 돌리기 때문에 버튼시동 방식은 불가능한 것이 아닌가 생각할 수 있는데 버튼시동을 누르자마자 바로 다시 버튼을 누르면 크랭킹은 멈추기 때문에 상관없다. 시동이 걸리면 안 되기 때문에 연료펌프 퓨즈를 빼놓은 것인데 다른 방식도 있다. 이를 테면, 인젝터 커넥터(4기통이면 4개 모두)를 빼놓는다거나 또는 크랭크각센서 커넥터를 빼놓아도 된다. 그러나 연료펌프 퓨즈를 제거하는 편이 가장 좋다.

관련 동영상 참고.

38분부터 시청

 

 

임팩 렌치 없이 4차 방법으로 볼트를 풀었다손 치자. 신품 풀리를 장착할 때 수공구로는 절대로 정규 체결 토크만큼 조일 수 없다. 그러므로 임팩 렌치 없는 분들을 꿈도 꾸지 마시라. 현기차 R 엔진의 댐퍼 풀리 체결 토크는 20.0 kgf.m + 60도이므로 이거 수공구로 못한다.

(기아 더 K9의 댐퍼 풀리 체결 토크는 무려 43.0 ~ 44.0 kgf.m로 무지막지한 토크로 조여져 있다.)

결론: 나처럼 도전 정신과 장비가 어느 정도 갖춰진 상태가 아닌 이상 정비소로 가시라.

끝.


이 글을 포스팅한 이유는 회사차 두 대가 R 엔진 차종인데 이거 도전해야지 해야지 하면서 엄두가 안 나서 여태까지 교체를 못했는데 이번 겨울을 잘 나면 내년 봄 쯤에는 도전해야 하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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