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강문가 횟집 - 대실망한 후기

2021. 10. 12. 12:08잡동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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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날 연휴 기간 동안 2박 3일 일정으로 평창, 강릉을 다녀왔다.

부슬비가 간혹 내리긴 했으나 월정사 전나무 숲도 거닐고, 날이 그리 덥지 않아서 강릉 경포호 둘레길도 꽤 오래 걸었고 정동진도 가고, 대관령 양떼목장도 가고 나름 괜찮았다.

문제는 이튿날 저녁 하이라이트 식사를 그래도 강릉 해변가에 왔으니 회 한 접시는 먹어야 하지 싶어서 일부러 해변가 횟집을 피해서 일반 주택가에 있는 한 횟집으로 결정했다. 네이버 평점은 4점대 극초반이었고 해변가 횟집이 아니니 관광객이 아니라 일반 시민을 상대하는 횟집이겠거니 나름 추측해서 찾아간 곳이 "강문가"라는 횟집이었다.

오후 5시가 채 안 되는 시간이라 식당이 한산할 줄 알았는데 꽤 여러 테이블에 손님이 이미 있었고 분위기를 보아하니 다들 우리처럼 검색해서 찾아온 관광객들로 보였다. 

2인이라서 2인 세트(79,000원)를 시켰고, 10여 분 뒤 곧 서빙이 이루어졌다. 그냥 한 상으로 테이블에 한 번에 서빙해 주는 방식이었다. 우리는 맨 처음 테이블에 깔린 음식을 보고 이게 1차로 나온 거겠지 했다가 곧 아님을 알았다.

홍게 두마리는 아담한 사이즈였고 게다리에는 살이라곤 찾아보기 어려웠고 게딱지도 뭐 그닥인 상태. 무엇보다 쪄 놓은 지 오래되었는지 차가운 상태였고 비린내도 꽤 올라왔다. 

꼬막 몇 조각은 회덮밥 형태로 서빙되었는데 꼬막이 몇 개 들어있는지 셀 수 있을 정도로 부실했다. 그나마 초고추장 팍팍 때려 넣고 비벼 먹었는데 그나마 이 음식에 제일 숟가락이 많이 갔을 정도였다.

부침개는 뭐 평범하였으며, 물회 역시 한 번 떠 먹고 먹지 않았다. 물회는 개인적으로 그다지 선호하지 않기 때문일 수도 있다. 밑반찬으로 김치, 콩나물 무침 등 서너 가지가 나왔는데 젓가락질 한 번 가기 힘들었다.

고등어 튀김이 나왔는데 보통 횟집에서는 꽁치 1마리를 구이로 내주던가 하는데 여긴 고등어 구이가 아니라 반토막(내지는 1/3 토막) 크기로 밀가루 입혀서 튀겨낸 것이었다. 구이나 튀김이냐가 문제가 아니라 튀김인데 이미 튀김옷은 식을 대로 식어서 먹기가 곤란한 지경이었다.

미역국은 바닷가의 흔하디흔한 조갯살 하나 없이 끓여낸 것인데 소금 간을 전혀하지 않았는지 아무 맛도 없는 상태였다. 미역국을 매우 좋아하는 집사람 역시 한 숟가락 뜨더니 이내 포기하고 말 정도였다.

메인 회는 방어회(로 추정)였는데 양도 매우 적었으며 회를 떠 놓은지 오래되었는지 신선도라곤 느낄 수 없었다. 매년 겨울철이면 집사람과 근처 수산시장에서 적어도 12kg 이상 되는 대방어를 떠서 먹기 때문에 방어회 맛을 잘 아는데 이건 소방어, 중방어, 대방어 등 사이즈를 떠나서 회의 맛을 느낄 수 없었다. 몇 절음 먹다가 포기했는데 집사람은 아까우니까 자꾸 억지로라도 먹는 눈치였지만 결국 절반 이상을 남기고 말았다.

매운탕은 16,000원을 별도로 지불해야 하는데 이미 서빙된 음식 수준을 보고 매운탕 역시 포기했다.

오십 중반의 나이에 이런 형편없는 횟집은 처음이다. 2인 세트라서 더 부실했던건가? 4인 세트면 좀 나았을려나? 그래도 이렇게 형편없는 음식으로 장사를 하다니 놀랍다. 

입에 넣을 음식을 찾기가 어려워 부랴부랴 식당을 나섰고, 주차장에서 주차공간이 나기를 기다리던 차량이 1대 있었는데 우리 보고 지금 나갈 거냐고 해서 담배 한 대 피우고 나간다고 대꾸했는데 속으로 어지간하면 이 횟집 가지 마라고 한마다 건네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괜한 오지랖일 수도 있어서 꾹 참았다.

숙소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집사람이 계속 불평불만인데 내가 검색해서 찾아간 곳이라 몹시 민망했다. 집사람이 밑반찬류는 재활용한 것 같은 느낌도 있다면서 혹시 이거 먹고 배 아프면 어떻하냐고 해서 난감했다. 음식 재활용이던 아니던 상태로 봐서는 충분히 그렇게 느낄만했다. 

뭐 다신 안 가면 그만이지만 이보슈 주인장 양반. 거 음식 장사할거면 제대로 좀 합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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