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여행 후기

2022. 1. 17. 11:56잡동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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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녀석이 3살인가 4살 때 가족 여행으로 제주도를 갔다 온 것이 마지막 제주도 방문이었으니 무려 20여 년 만에 제주도를 당겨왔다. 아장아장 걷던 얼라가 이젠 20대 청년이 되어 엄마 아빠와 함께 제주도 여행을 가서 운전까지 거의 다 도맡아서 했으니 어느새 세월이 이렇게 훌쩍 흘렀다니 그야말로 격세지감이었다. 자식을 키운다는 것은 참으로 경이롭다. 때론 웬수 같기도 하지만.

(저녁에 마음 놓고 술 먹어도 운전기사가 있으니 이게 젤로 좋음. ㅋㅋ. 미안타 아들아.)

내무부장관님과 아들은 3일 먼저 출발해서 잘 구경하고 있었고 나는 뒤늦게 합류해서 2박 3일간 제주 여행을 다녀왔다.

평일임에도 제주도 가는 사람이 얼마나 많던지 왔다 갔다 한 항공편은 죄다 만석이었다. 마스크 단디 쓰고 있었지만 내심 불안하기 그지없었다. 항공편은 내부 소독과 방역을 사실 제대로 하는 것 같지 않다. 오는 편을 보니 탑승 대기 중인데 시간이 되었는데도 탑승 계류장에 비행기가 없다. 지연 안내 방송이 몇 차례 나오고 20여 분 후에 비행기가 도착하고 승객들이 내리자마자 우리를 바로 태우더군. 소독 이런 거 없다. 더 찜찜했다.

내가 합류한 시점에 2박 동안 묵었던 호텔은 5성급인데 이런 써글. 체크인해서 룸 상태를 확인해 보니 소파 위에 땅콩 껍질이 몇 개 들러붙어 있어서 뭐 그러려니 했다. 근데 냉장고 밑에 공간이 훤히 보이는 곳에 땅콩 알이 여러 개 뒹굴고 있다. 이런 청소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 컴플레인 했더니 스위트룸으로 업그레이드. 이러고 나면 괜히 찜찜하다. 그 방 청소한 직원은 분명히 상급자로부터 JOLA 꾸지람을 들었을 게 뻔하다. 괜히 미안하다. 그러니 청소 좀 제대로 하시구려. 룸 바닥이 카페트인 곳은 진짜 싫다.

뭐 제주도 사실 좋은 곳이다. 20여 년 동안 제주도를 방문하지 않은 이유는 단순하다. 이 세상에 볼거리가 얼마나 많은데 이왕 볼 거면 외국을 가봐야지 하는 마음이 더 컸기 때문이다. 게다가 동남아 쪽은 여행 경비가 제주도와 비교해도 부담되지 않는다. 사실 제주도 물가는 너무 비싸다. 제주인들은 외지 사람들을 육지사람이라고 하는데 육지에서 온 관광객을 탈탈 털려는 심산인지 물가가 장난 아니다. 그래서 제주는 뒤로하고 외국만 돌아다녔었다. 그런데 두둥~~ 코로나 때문에...

렌터카는 큰 차 필요 없다. 제주도에서 막 달리고 그럴 상황이 아니기에 느긋 느긋 다녀도 충분하기에 레이로 빌렸다. ㅋㅋ. 레이 이거 경차라고 무시하면 안 된다. 실내 공간이 널찍하니 내부에서 시야 확보가 아주 좋다. BC 플래티늄 카드가 총 3장이 있어서 3일간은 무료. 나머지 2일만 결제. ㅎㅎ. 돈 굳었다. BC카드 중에서 플래티늄 카드, 인피니티 카드, 블리스 5/7 카드 등에는 제주 렌트가 24시간 무료 혜택이 있으니 잘 알아보고 활용하시라. 롯데 렌터카에서 서비스 제공이 되므로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다.

단, 레이는 경차이기 때문에 서스펜션이 좋을 리가 없다. 과속방지턱을 넘거나 요철 부위를 통과할라 치면 충격이 고스란히 탑승자에게 전해진다. 특히 뒷자리. ㅋㅋ. 몸이 좀 힘들 수 있다. 이거 뒷자리에 일행이 타야 하는 경우라면 비추다. 앞좌석에만 탈 경우에만 빌려라. 어휴 진짜 뒷자리는 충격 흡수 이런 거 없다. ㅋㅋ. 개인적으로 다음에는 레이 절대 안 빌린다.

관광지, 먹거리 등 이런 정보는 쓰지 않는다. 지금은 워낙 인터넷과 각종 후기가 난무하기 때문에 잘 찾으면 된다. 블로그 후기는 액면 그대로 믿으면 안 된다.

그런데 이건 언급한다. 한림읍 쪽에 있는 흑돼지 전문점 중 하나인 "제주홍돈 협재본점"이라는 곳에서 저녁을 먹었는데 말야. 고기는 육즙이라고는 없는 뻣뻣한 고기에 화학 숯을 사용하는데 이게 품질이 안 좋은 건지 고기를 맨 처음 입에 넣는 순간 이건 뭐 화공약품을 먹는 듯한 역한 맛으로 인해 첫 술부터 마음이 상했다. 계란찜은 조미료를 너무 과하게 넣은 나머지 뭐랄까 그냥 MSG를 숟가락으로 퍼먹는 듯한 느낌. 네이버 평점이 높아서 방문한 곳인데, 직원들은 전부 20대의 젊은이들이었고 블로그질 열심히 해서 평점을 높였나 싶은 느낌도 들고 돼지고기가 이렇게 맛이 없을 수도 있구나 느끼면서 우리 가족 세 명은 허둥지둥 먹는 둥 마는 둥 하면서 서둘러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나중에 제주 시내 유명한 흑돼지 식당 종업원에게 들었는데 제주도에 수많은 흑돼지 식당이 있지만 잘 되는 곳은 한정되어 있고 일부 식당은 관광객을 상대로 저품질의 고기를 판매하면서 소문이 안 좋아지면 위치를 이전하고 상호를 바꾸면서 장사를 하는 이들이 있다고 합디다. 

그리고 제주는 진짜 음식 가격이 너무 비싸다. 갈치조림 그까짓 게 뭐라고. 점심 한 끼 해결할라 치면 3인 기준 최저 6만 원은 잡아야 한다. 물론 칼국수나 해장국 등으로 한 끼를 해결한다면 이보다 싸겠지만. 

카페 역시 바닷가 뷰가 있는 곳은 아메리카노 1잔에 7천 원 받는 곳이 꽤 많더군. 뭔 커피 한 잔이 이리 비싸노. 너무 한다 싶다. 

20여 년 만에 방문한 제주도는 내 기억 속의 제주와는 상당히 많이 바뀌어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20년 전의 기억과 지금이 비슷할 리 없지. 특히 시내 곳곳에 보이는 수많은 중국인 관광객을 상대로 하는 각종 중국어 간판들을 보면서 서글픔까지는 아니지만 좀 거시기했다. 그렇지만 제주의 자연경관은 여전히 아름답고 좋더군. 

30 초 중반에 방문, 지금은 50 중반. 내 남은 생애에 제주를 다시 찾을까? 코로나만 끝나면 다시 해외로 떠나면 떠날 테지 그 선택이 제주가 되진 않을 듯...

제주여, 잘 있거라~~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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