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12. 27. 16:36ㆍ잡동사니
어지간해서 영화 후기 같은 거 올리지 않는데 이 영화는 대단한 충격을 주었기에 기록으로 남긴다.
넷플릭스에서 얼마 전부터 상영한 영화 돈 룩 업 후기. 스포일러 있으니 알아서들.
위를 쳐다보지 마라? 제목만으로는 무슨 내용의 영화인지 감을 잡을 수 없다.
일단 감독/출연진부터. 감독은 개인적으로 잘 모른다. 빅쇼트를 감독한 아담 맥케이가 메가폰을 잡았다.
출연진은 화려하기 그지없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제니퍼 로렌스, 케이트 블란쳇, 메릴 스트립 등 한 명 한 명이 다른 영화의 주인공을 꿰차도 이의가 없는 출연진이다. 여기에 많은 씬이 등장하진 않지만 티모시 샬라메도 등장한다. 또한 미국의 여가수 아리아나 그란데도 등장. 캡틴 아메리카 크리스 에반스도 카메오로 등장.
제니퍼 로렌스는 박사 학위를 준비하는 천문학을 전공하는 대학원생 역으로 나오는데 그녀는 어느 날 천체망원경 사진 판독을 하던 중 못 보던 혜성을 발견하게 된다. 잠시 기쁨에 들떴다가 천문학과 교수인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혜성의 궤도를 계산한 결과 약 6개월 정도 후에 지구와 충돌하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패닉에 빠지게 된다. 이 혜성은 최대 직경이 9km에 이르며 지구와 충돌 시 지구 생명체의 절멸을 가져올 수 있는 어마 무시한 놈이다.
이를 알리고 대책을 수립하기 위해 미국 대통령(메릴 스트립)을 우여곡절 끝에 만나지만 그녀의 관심은 다가온 중간선거에만 관심 있지 뭐 똑똑한 과학자들이 알아서 해결하겠지 하면서 시큰둥하다.
뉴스와 유명한 TV쇼에 출연하여 이를 알리지만 누구 하나 귀담아 듣지 않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미국 대통령은 이의 심각성을 깨닫지만 이를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는 차원에서 해결하려고 한다.
매 장면마다 피가 거꾸로 솟는 듯한 부조리, 인지부조화 등이 판을 치고 주인공인 레오나르도와 제니퍼는 자포자기하는 순간도 온다.
미국 대통령은 핵 미사일을 발사하여 혜성을 파괴함과 동시에 궤도 수정을 하려고 대규모 로켓을 발사하지만 대기권을 벗어나기도 전에 모든 로켓이 다시 지구로 귀환하게 되는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벌어진다. 미국 대통령의 가장 든든한 후원자 중의 한 명인 스마트폰 제조업체 회장이 혜성에는 다량의 희귀광물 있다면서 이걸 채굴하여 사용하면 그 경제적 가치로 전 세계 기아를 없앨 수 있으며 수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면서 대통령을 꼬시게 되고 로켓 발사가 돌연 중단된 것이다.
스마트폰 제조회사는 자신들 회사에 소속된 과학자를 중심으로 무인 드론을 혜성에 착륙시켜 혜성을 수십 조각으로 분해하여 이를 태평양 바다에 떨어지게 만들고 이 혜성 파편에서 자원을 채굴하겠다는 것이다.
이러면서 미국 대통령을 비롯한 그의 지지자들은 위를 쳐다보지 말라면서 Don't look up을 외치고, 소수만이 just look up을 외친다.
경제적 논리가 이성을 파괴해 버리는 이 이상하리만치 기괴한 상황이 연출이 되고 어느 누구 하나 지구상 생명체의 절멸을 가져올 혜성 충돌에 대해서는 더 이상 걱정하지 않는다.
어느덧 6개월의 시간이 거의 다 흐르게 되고, 스마트폰 제조업체에서 구상한 무인 드론을 잔뜩 실은 대규모 로켓이 발사되지만 발사 시점에서 여러 대의 로켓이 폭발하게 되고 그나마 발사에 성공한 로켓에서 무인 드론이 발사되어 혜성에 착륙하고 동시다발로 폭발시키려는 계획에 문제가 발생하여 드론 폭발이 일어나긴 했지만 혜성은 여전히 그 크기를 간직한 채 지구를 향하게 된다. 이러면서 인류는 그제야 문제를 직감하는데....
스마트폰 제조업체 회장, 미국 대통령 등 미국 사회의 초권력자 2천여 명은 비상시를 대비하여 준비해 둔 로켓을 타고 우주 어디엔가 있는 골디락스 존에 위치한 지구형 행성으로 탈출하게 되고, 그 사이 혜성은 지구와 충돌하면서 지구상 온 생명체는 자취를 감추게 된다.
뭔가 해피엔딩으로 끝나나 싶었는데... 한참 동안 멍한 기분이 엄습했다.
레오나르도 집에서 마지막 만찬을 즐기는 씬은 참 지저분하지 않고 정갈하게 마무리 했다. 울고불고, I love you, Thank you 등 등 틀에 박힌 상투어를 남발하면서 서로 부둥켜안고 질질 짜지 않으면서 티모시 샬라메의 기도와 함께 잔잔하게 죽음을 맞이한다.
밤 12시가 넘어서 고질병인 속쓰림이 도져 잠을 청할 수 없었기에 보기 시작한 영화였는데 보는 내내 지금 우리 인류가 사는 모습이 바로 이런 모습이지 않을까 싶어서 너무나 불편하면서 인간적 자괴감이 들었다.
영화 비평은 이런 걸로 돈 벌어 먹고 사는 평론가들이 할 일이고, 그냥 평범한 50대 아저씨의 감성으로 보면 아주 잘 만든 영화면서 블랙 코미디의 정수를 보여주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영화 종료 후 길고 긴 크레딧 화면이 끝나면 쿠키 영상이 있으니 꼭 끝까지 보시라.
오래간만에 좋은 영화를 봤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도 이젠 나이를 꽤나 먹었군. 물론 역할에 따라 몸을 일부러 저렇게 만들었겠지만 세월은 흐름이 그라고 비켜 갈쏘냐. 1996년 출연한 로미오와 쥴리엣, 1998년 타이타닉 등 20대 초반의 레오나르도는 진짜 지금 봐도 너무 잘 생기고 멋지다. 이제 그도 40대 후반이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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