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5. 18. 16:08ㆍ잡동사니
30년 밥벌이 생활의 끝이 곧 다가온다. 이런 결정을 내린 후 거의 한 달 반가량을 술과 함께 그리고 나의 청춘에 대한 회고와 툭하면 쏟아지는 눈물로 지냈다. 이젠 털고 일어나야 한다.
요샌 퇴직 후 어떤 일상을 갖게 될까 상상을 해 본다.
한마디로 백수의 삶이란 어떨까 궁금한 게지.
우선 여러 대의 회사 차량 정비로 주말 이틀 중 하루는 몇 시간 다이하면서 재밌는 시간을 보냈었지만 이젠 이것도 내 일이 아니므로 자동차 다이 거리가 확 줄겠지.
타고 있는 3,800cc 대형 가솔린 차량도 처분하기로 했다. 2,000cc 정도의 돈 천만 원 언저리 정도 하는 중고차를 사서 타던지 아니면 필요할 때마다 아내 차를 빌려 타든지 할 생각이다.
운동을 해야 하나? 근데 마음을 움직이는 운동이 없다. 골프? 이런 거 취급 안 한다. 개인적으로 골프를 운동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운동을 하게 되면 예전에 하다 말았던 테니스가 좋은데 오른쪽 팔뚝이 몇 년 넘게 좀만 무거운 물건을 들고 있으면 욱신거려서 테니스도 못 칠 듯싶다.
2종 소형 바이크 면허를 따 볼까? 한 10여 년 전에 빅스쿠터를 잠시 타다가 한 달 만에 사고로 왼쪽 팔꿈치가 부러지는 통에 아내가 당장 저 물건을 치우라고 해서 팔아버렸던 적이 있는데 바이크는 나한테는 남다른 추억이 있다.
시골의 국민학교(지금의 초등학교) 교사로 평생을 사셨던 작고하신 아버지는 주말에 낚시를 자주 가셨는데 거의 빠지지 않고 나를 데려가셨다. 그때의 이동수단이 오토바이였다. 내 기억으로는 몇 차례 기변이 있었지만 마지막 기억은 스즈키 125cc였던 걸로 떠오르는데 내가 초등학교 4학년 때쯤인가 느닷없이 나한테 오토바이 타는 법을 가르쳐 주셨다. 근처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아버지가 뒤에 타시고 내가 운전대를 잡게 하고 가르쳐 주셨지. 그땐 다 수동 기어(지금처럼 자동 기어 있는 스쿠터 이런 거 없었음)였지만 이내 익숙해졌고 비록 학교 운동장이지만 자주 혼자서 오토바이를 탈 수 있게 아버지가 해 주셨다. 물론 면허가 없는 초등학생이니 공도에서는 타지 못했다.
우리 아버지는 약주를 참 좋아하셨다. 어쩌면 퇴근길에 그 술 한 잔이 당신의 유일한 해방구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술에 거나하게 취하신 상태에서 오토바이를 타시다가 넘어지기도 많이 했는데 다행히 크게 다치신 적은 없었다. 결국 이런 상황이 미처 못 미더워서 어린 마음에 어느 날부터(대충 중학교 무렵) 학교가 끝나고 아버지가 퇴근해서 귀가할 시간이 다 되어도 안 오시면 난 아버지의 이동 경로를 훑으면서 술집 앞에 서 있을 오토바이를 찾아다니기 시작했고, 아버지가 술이 많이 취하신 상태라면 내가 오토바이를 집에다 가져다 놓곤 했다. 물론 시골이지만 공도에서 탈 수 없는 신분이기에 그냥 밀고 갔었지. 그러다 헬멧을 뒤집어쓰고 몇 차례는 공도에서도 오토바이를 타고 집까지 갔었던 적도 있었다. 그러던 중 중학교 2학년 때에는 과감하게도 편도 30분 정도 되는 거리를 갔다 오기도 하는 등 오토바이에 대한 아련한 추억이 서려있다. 이거 공소시효 다 지난 얘기입니다.
면허를 따도 할리 같은 바이크를 탈 생각은 없다. 바이크는 뭐랄까 자유를 만끽하는 탈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이걸 굳이 자유스러움에 반하는 떼거리로 모여서 부다다다다~~~ 하면서 타고 다니는 것이 이상하게 마음에 안 든다. 타게 된다면 쿼터급 빅 스쿠터 정도를 갖고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한다. 가끔씩 홀연히 홀로 맞바람을 맞으며 어디론가 가고 싶을 땐 참 좋을 것 같다. 아마 아내의 반대로 바이크를 갖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겠지.
대형면허도 함 따보고 싶은 생각도 있다. 혹시 알아? 대형면허로 밥벌이를 하게 될지? ㅎㅎ.
계획은 계획일 뿐. 현재 확정된 계획은 태국 치앙마이 한달 살기.
그 후에는 모르겠다. 그냥 방콕하면서 시간을 보낼 수도 있지 않나 싶다. 아예 집안 살림을 맡아서 바쁘게 지내는 것도 상상해 본다. 돈벌이하는 아내를 위해서 백수가 집안일이라도 해야지. 전업남편이랄까? 후훗.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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