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박 2일차는 포기했땅께롱! (건의령, 정암사, 만항재, 그리고 바람의 언덕)

2022. 9. 3. 15:19잡동사니/치앙마이 한달 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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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27)

낵아 이 나이 먹고 개고생하면서 차박을 해야겠어? 어?

그래서 생애 첫 차박을 마친 후 절실히 깨달었지. 그래 이건 낵아 갈 길이 아님을!

그래서 2일차부터 차박 포기했다.

포기한 이유

첫째. 무료 차박지를 찾기가 너무나 어렵다. 이 세계 경험이 전무하다 보니 어디가 적당한 무료 차박지인지 인터넷 검색을 해 봐도 마뜩하지 않은 상황에서 일일이 현장을 다 다녀봐야 하는 상황이었다. 오토캠핑장을 가면 되지만 이건 오토캠핑장에 4 ~ 5만 원을 내고 하루 지내는 것은 내가 바라던 바가 아니다. 이 돈이면 멀쩡한 숙소에서 편하게 지낼 수 있는데 고생고생하면서 돈까지 내고 이건 아니지.

둘째. 캠핑이 고생스럽다는 건 익히 아는 바지만 하루 차에서 자 보니 너무 불편하다. 이러니 사람들이 카라반이니 캠핑카니 몇 천만 원씩 지르는 거 아니겠음? ㅎㅎ. 갬성 좀 내 보려다 몸 삮는다.

셋째. 하룻밤을 지내려면 어쨌거나 차를 세우고 세팅을 해 놔야 하기 때문에 일찍이 장소 물색하고 차를 짱박아 두어야 하기 때문에 이렇게 되면 꿈쩍을 못한다. 캠핑/차박은 모든 걸 준비해서 현장에서 그냥 죽 때리면서 지내는 스퇄이잖아. 이러니 어딜 뭘 둘러보고 자시고 할 수가 없단 거지.

이유는 더 댈 수 있지만 어쨌든 차박은 깔끔하게 포기.

2일차는 동해안 7번 국도로 삼척까지 내려왔다가 태백으로 들어왔다. 나 강원도에서 태어났고 강원도에서 고등학교까지 마쳤다. 태백은 내가 태어난 곳에서 멀지 않은 곳이다. 그렇지만 한 번도 가 본 적 없는 곳이다. 그래서 낙첨.

삼척에서 태백을 넘어가는 도중에 높디높은 재(고개)를 만났다. 이름하여 건의령. 내가 강원도 산골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건만 이런 장엄한 산맥의 광경은 처음이다.

사진으로 잘 표현이 안 되는데 너무 웅장하고 멋있는 광경이었다. 백두대간의 한 줄기인데 야 감탄이 절로 나오두만!

그리고 정암사(강원도 정선). 우리나라 5대 적멸보궁 중 하나인 사찰이다. 적멸보궁이란 함은 부처님 진신사리가 모셔진 곳을 말한다. 진신사리. 부처님 몸에서 나온 찐 레알 사리를 말한다.

부처님 진신사리가 모셔진 수마노탑

정암사를 품고 있는 산을 오르고 오르면 만항재란 곳에 다다른다. 만항재는 정선, 태백과 영월 세 군데 지역에 걸쳐 있는 해발 1,330m 고개이다.

우리나라에서 차로 갈 수 있는 가장 높은 도로라고 한다. 정상에서 여러 곳으로 등산 코스가 있는데 길이가 길어서 그렇지 진짜 함 걸어 보고 싶은 그런 곳이었다.

그리고 태백에서 마지막 방문한 곳은 매봉산 "바람의 언덕"

좁은 포장 & 비포장길을 따라 굽이굽이 올라가면 만날 수 있다. 이곳은 강원도 고냉지 배추가 대규모로 재배되는 곳이고 바람의 언덕을 찾아가는 길은 농사를 위해 지어진 좁은 길이라서 배추 수확철에는 출입이 금지되는 곳이다. 앞차라도 있으면 뽀얀 먼지를 그대로 맞으면서 올라가야 한다. 이곳에 바람이 많이 불기 때문에 풍력발전소가 있고 대따시 큰 풍차가 있는 모습이 백두대간과 어울린 모습이 장관이 아닐 수 없다.

저 멀리 보이는 산맥 넘어가 바로 동해 바다이다!

제대로 광관지화가 안 되어 있어서 오히려 날 것 그대로의 모습이라서 더 좋았다. 근처에 갈 일이 있다면 꼭 가 보길 권한다.

"시"급 지방이지만 상권도 다 죽어 있어 보이고 거리는 스산하니 거시기했다. 오후 5시 30분경 이른 저녁을 먹으려고 네이버 검색을 하여 무려 다섯 곳을 찾았지만 가게 문은 열려 있지만 손님도 없고 쥔장도 없고 식사를 주문하기가 멋쩍은 상황이 계속 일어났다. 간신히 문을 연 한 식당을 찾아서 허겁지겁 산채비빔밥으로 이날 첫 곡기를 내 목으로 밀어 넣었다. 맛있게 먹었다.

숙소는 *놀자로 당일 예약해서 찾아갔는데 뭐 이곳이 관광지도 아니니 제대로 된 숙소가 있을 리 만무하지. 그나마 제일 번듯해 보이는 **관광호텔을 찾았는데 에휴. 내가 전날 차박으로 몸이 피폐해진 마당이라 이것저것 가릴 상황이 아니라서 하룻밤 묶었지만 평상시라면 절대로 묶을 만한 그런 숙소는 아니었다.

그래도 태백에서 본 백두대간의 모습은 어지간해서 머릿속에서 잊히지 않을 그럴 광경이어서 오늘 하루가 즐거웠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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